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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INGTAO PURE DRAFT(生)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2019. 03. 18

칭따오 퓨어 드래프트(생)을 마셔봤다.
괄호 안의 속뜻까지 찬찬히 음미하면서.

일단 제품명에 붙은 괄호에 주목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식적으로 내보이는 이름에 괄호까지 붙여 설명하려는 내용은 보통 그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정보 중 최우선 순위이기 쉽다. 이를 테면 ‘ㅇㅇ식당(구 실비집)’이라는 간판 속 괄호는 “깔끔한 새 간판에 놀라지 마세요! 여기 님들이 아는 그 실비집 맞음! 사장도 그대로임!”이라는 중요 정보를 목놓아 부르짖고 있다. 이력서 성명란에 적은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본명)’의 괄호는 “부모님이 제 이름 지을 때 지나치게 흥겨우셨던 건 사실입니다만, 저는 이력서에 실없는 장난이나 치는 그런 사람이 아니랍니다”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칭따오 퓨어 드래프트(생)’의 괄호는 무엇을 웅변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첫 모금을 삼키자 마자 누군가 내 귓가에 이렇게 속삭이는 줄 알았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캔맥주인가, 생맥주인가, 안녕하세요, 칭따오 퓨어 드래프트(생)입니다." 정말이지 근래 마신 캔맥주 중 손꼽히게 '생'맥주에 근접한 맛이었다. 생생하다 못해 신선하기까지 했던 이 맥주는, 기분 좋게 부드러운 목 넘김 후에도 입안에 아무런 잔맛도 남기지 않았다. 아무리 드래프트가 맛있기로 이름난 맥주라 해도 일단 캔이나 병으로 출시되고 나면, 고르긴 하나 미묘하게 인위적인 맛으로 굳어지곤 한다. 고수, 오렌지필, 꽃향 등 생맥주일 때 다소 거칠지만 황홀하게 미뢰에 휘감기던 그 맥주만의 풍미가 마치 채집해서 비슷한 규격으로 다듬은 것처럼 기성품화 된달까. 반면 칭따오 퓨어 드래프트(생)은 홉의 풍미를 살린 라거임에도 신기할 정도로 텁텁한 데가 없었다.

칭따오 퓨어 드래프트

우리 모두 경험으로 알다시피 맥주가 남기는 텁텁함은 복부비만의 원흉이다. 마시고 나면 입안이 텁텁해서 그 텁텁함을 달래려고 뭐라도 안주를 찾게 되고, 그게 야식으로 이어지고, ‘야식’이 ‘과식’이 되고, 과식의 끄트머리에서 ‘이왕 이렇게까지 먹었는데 마무리로 쌈박하게 라면 하나 때릴까’ 싶어지고,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세수하러 들어갔다가 욕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그 붓기와 잉여 칼로리가 고스란히 뱃살로 집중되는 중년 비만 망테크의 시작 말이다. 억울해서 한 번 더 말하는 건데, 분명 내가 되려던 건 '하루의 고단함을 맛있는 생맥주 한 잔으로 씻어 내리는 세련된 도시 남자'였다, '맥주 한 캔 한답시고 야식을 풀코스로 돼지런하게 챙겨 먹는 남자'가 아니라. 다만 지금까지는 나를 '하루의 고단함을 (중략) 도시 남자'로 거듭나게 해줄 훌륭한 생맥주가 없었던 것뿐이다.

칭따오 퓨어 드래프트

“양 꼬치엔 칭따오”가 이미 척수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국민 구호로 자리 잡았으나, 칭따오 퓨어 드래프트(생)의 신선하고 깨끗한 맛이라면 양 꼬치는 물론 연어 회나 광어 가르파초 같은 섬세한 맛의 안주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어, 설마 괄호로 묶인 (생)에 ‘생선회 안주’라는 의미도 있는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내일부터 칭따오 퓨어 드래프트(생)이 내 퇴근길 단골 파트너가 될 거라는 사실 말이다.

Review by 신재원(물보다 맥주가 좋은 건축가)

*지나친 음주는 뇌졸증, 기억력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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